향기 없는 꽃
“그는 웃는 법을 배웠지만, 눈은 끝내 배우지 못했다.”그를 처음 만난 건, 독서 모임이었다.평소와 다를 것 없는 카페, 다섯 명의 참가자.그 중, 유난히 말이 없는 남자가 있었다.책은 꼼꼼히 읽었지만 감상은 단 한 마디.“사람은, 감정을 조작할 수 있을 때 가장 자유롭죠.”이상했다.말이 논리적이긴 한데, 따뜻함이 없었다.그의 이름은 류지한.30대 초반, 정장 차림, 치과의사라는 직업.그는 늘 미소를 지었다.하지만 나는 눈을 보았다.웃지 않는 눈. 텅 빈 우물처럼 깊고, 메마른 눈.한 달 후, 모임 사람 중 한 명이 실종됐다.경찰은 흔한 가출로 치부했지만, 나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.그 실종자는, 류지한에게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.나는 몰래 그의 SNS를 뒤졌다.사진은 정갈하고, 취미..
2025. 5. 9.